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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오송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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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원으로 오송에 있는 식약처 민원상담실에 벌써 5번째 가는 것 같다.

어제의 경우는 급하게 잡은 회의였기에 SRT를 예매할 여유도 없이 차를 가지고 갔다. 

 

이 업무를 하면서 수차례 방문하고 또 방문하던 곳...식약처

오송 KTX역에서 나오면 택시들은 끊임없이 줄을 서있다.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하염없이 30분 이상을 줄서서 기다려서 태운 손님이, 고작 기본요금밖에 가지 않는 거리인 식약처 남문을 가자고 하니 화가 나나부다. 대부분이 짜증섞인 목소리와 그 화를 급정거/급발진으로 온몸 느끼게 표현해주신다. 그래서 요즘에는 카**택시를 불러서 탄다. 그게 차라리 속 편하다. 

 

간식거리를 주고 받음에 있어 제한이 없을 과거에는, 근처 베이커리라도 들려 쿠키세트나 빵을 사서 갈려고 하면 어찌나 택시 기사님이 깐깐하게 구는지.. 베이커리에서 기다려주는 기사님은 소수일뿐(기다리는 시간도 계산하여 돈으로 드림에도 불구) , 남의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기사님은 왜 그런걸 공무원에게 갖다 바치는가 하면서 사사건건 투덜대기 일쑤이다. 

 

보통 식약처에 방문상담으로 가는 일이 결코, 우리(민원인)한테 늘 좋은일은 아니였기에 택시 기사의 태도를 보면서 기분이 점점 더 안좋아지는 것을 참으며 기본요금 거리인 한 10분-15분 남짓 택시안에서는 온기 하나 없이 입을 닫는다.

 

식약처 남문에 내려서 방문증을 받아 민원실로 향한다. 약속시간 맞추어 회의 테이블에 앉으면 담당 심사자와 그의 상관인 연구관/사무관이 규정집과 프린트물을 한가득 들고 나타난다. 

 

어제는 정말 험학했다.

이 테이블에 모든 관련 사람들이 앉아서 논의하기까지의 과정이 험란하였구나라는 것을 녹음기를 가지고 나타난 사무관을 보며 느꼈다.  회의록을 작성하기 위함이라는 명목이었지만, 왜 가져왔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자료제출 기한을 이틀 앞두고 의뢰사가 회의를 요청한 것이 기관의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개최해준 것에 대하여 감사의 인사라던지, 서로 명함을 나누어주며 인사하던 관례(?) 행사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녹음기를 들고 나와서 회의 시작을 알리는 그 전투적인 광경을 보는것은 이례적이다.. 와...각박하다라는 한숨밖에..

 

그래서 그랬는가. 

전투적으로 민원인은 공격적인 날 선 논쟁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죄없는 양쪽 심사 부서 담당자들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제일 높으신 사무관님의 얼굴이 점점 벌개지고, 그 시선은 결국 나에게 꽂혀서 나는 시선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묵직한 분위기로 계속 갈수는 없기에, 나도 말문을 떼어 최대한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자료의 제출 필요성에 대해서

다시 확인했다. 심사자들은 우리가 제출한 자료를 모두 숙지했으며 객관적이였고 명료했다. 더는 그 당위성에 대해서 다시 질문할 이유가 없다. 우리 규정이 그러한 걸.. 우리 규정이 정해진 틀 안에서 규격화 되어 있어서 모든 다양한 범위의 제품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들이 억지로라도 끌어서 그 틀 안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인것을..

 

씁쓸한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인다. 

좌절하지 말자, 최선을 다했다.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배웠다. 배웠으면 되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다음에는 더 성장할 것이다. 

 

모든사람이 YES라고 할때 혼자 NO라고 말하는 사람을 틀렸다고 말하지 말자. 

다름을 인정해야한다. 그런 사람이 있기에 세상은 변하고 움직이니까.

 

(쌤...미안해요~)